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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영어회화 모임은 결국 사람이 만듭니다 — 함께 운영할 분을 두고, 좋은 멤버를 붙잡는 법

모임 운영 이야기라고 하면 보통 질문을 어떻게 준비하고 진행을 어떻게 하느냐를 먼저 떠올리게 되죠. 그런데 몇 년 해 보니 모임의 수명을 정하는 건 그쪽이 아니더라구요. 질문이 조금 시시했던 날에도 분위기가 좋으면 다들 또 나오고, 반대로 준비를 아무리 잘해 가도 사람 문제가 생긴 모임은 조용히 사라지거든요.

영어회화 모임이라고 해도 결국은 사람이 모이는 자리예요. 굳이 시간을 내서 낯선 모임을 찾아오시는 분들은 영어에도 목적이 있지만 동시에 사람을 만나러 오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영어 이야기는 잠깐 접어 두고 사람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해요. 함께 운영할 분을 왜 꼭 두어야 하는지, 좋은 분들이 어떻게 남게 되는지, 그리고 맞지 않는 분과는 어떻게 헤어졌는지까지요.

혼자 모임을 운영하지 마세요

초기에 회원이 적을 때는 혼자 시작할 수 있어요. 오히려 그때는 그게 빠르죠. 정할 것도 많지 않고 의논할 상대가 없어도 굴러가니까요.

그런데 모임을 지속하고 또 키워 가려면 반드시 함께 운영을 도와줄 분이 필요합니다. 이유는 네 가지예요.

  1. 내가 진행하지 못하는 날이 반드시 옵니다. 직장 일, 경조사, 몸이 안 좋은 날까지 이유는 다양해요. 제가 항상 모임에 나갈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그때 대신 진행할 분이 없으면 모임이 통째로 쉬게 되는데, 이런 공백은 한 주로 안 끝나더라구요.
  2. 인원이 늘면 그룹을 나눠야 해요. 사람이 많아지면 대화의 질을 위해서라도 그룹별로 인원을 갈라야 하는 순간이 옵니다. 그때 다른 그룹의 대화 진행을 맡아 줄 분이 필요하죠. 진행자가 한 명뿐이면 모임이 커지는 것 자체가 부담이 돼요.
  3. 혼자 운영하는 모임은 독단에 빠지기 쉬워요. 나쁜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라, 판단을 검증해 줄 사람이 없어서 그렇게 됩니다. 다른 운영진과 회원분들의 의견을 전해 줄 사람이 있어야 해요.
  4. 근본적으로, 나는 이 모임을 왜 시작했는가. 영어도 있지만 저 또한 다른 분들과 즐겁게 어울리려고 나온 거예요. 모든 책임을 혼자 짊어지고 있으면 그 즐거움이 먼저 사라집니다.

모임장도 즐거우려고 나온 사람입니다

운영을 나누자는 이야기가 일을 덜자는 뜻만은 아니에요. 혼자 다 짊어지면 모임에 나가는 일이 어느새 일정 관리가 되고, 정작 본인은 대화에 제대로 끼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게 되거든요. 내가 왜 이 모임을 시작했는지를 지키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좋은 분들을 붙잡는 법

좋은 모임은 좋은 분들이 만들어요. 그러면 질문은 하나로 좁혀지죠. 어떻게 하면 좋은 분들이 이 모임에 남아 있게 할 것인가. 제가 신경 쓰는 건 네 가지예요.

  • 신입 회원에게 친절한 관심을 보이세요. 스스로 새로운 모임에 처음 들어갔을 때를 생각해 보시면 돼요. 낯선 설렘으로 들어간 자리에서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자기들끼리만 즐거우면, 이 모임에 남아 있을 이유를 못 느끼게 되죠. 신입 회원은 모임에 새로운 활력과 에너지가 되는 분들이라 더 그래요.
  • 영어 외의 사교 활동도 해 보세요. 굳이 외부 영어모임을 찾아오신 분들은 영어에도 목적이 있지만 동시에 사교 활동에도 니즈가 있는 분들이에요. 칼같이 영어만 하고 헤어지기보다는, 메인이 되는 영어 회화가 끝난 뒤에 같이 식사를 하거나 번개로 다른 활동을 해 보는 편이 좋더라구요.
  • 사람들의 이야기에 진지한 관심을 가지세요. 너무 뻔한 말 같지만 저는 이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영어 회화는 언어가 영어일 뿐이지, 어떤 활동보다도 서로 진지한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자리 중 하나거든요. 그 과정에서 정말 보석 같은 분들을 발견하고 친구가 될 수 있는 기회로 삼으시면 돼요.
  • 같이 운영할 분에게 부탁해 보세요. 좋은 분들이 모임에 정착하기 시작했다면, 그중에서도 특히 모임에 애정을 보이는 분들에게 운영을 도와 달라고 부탁해 볼 수 있어요.

마지막 항목이 첫 번째 이야기와 이어지는 대목이에요. 함께 운영할 분은 공고를 내서 뽑는 게 아니라, 앞의 세 가지를 하다 보면 그중에서 생깁니다. 신입일 때 환대를 받아 본 분이 나중에 신입을 챙기고, 모임 밖에서도 어울린 분이 모임에 애정을 갖게 되는 식이죠.

그래서 저는 이 네 가지를 따로 떨어진 항목으로 보지 않아요. 좋은 분들이 남고, 남은 분들 중에 운영을 함께할 분이 나오고, 그러면 모임이 한 사람에게 매달려 있지 않게 되는 순서니까요.

우리 모임에 맞지 않는 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모든 경우에 친절하기만 한 건 좋은 선택이 아니더라구요. 모임 규칙과 공공의 선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회원분에게는 분명한 경고가 필요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강퇴도 해야 합니다.

실제로 그렇게까지 갔던 경우가 있었어요.

  • 다른 분들의 이야기는 전혀 듣지 않는 경우. 한 회원분은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중간에 끼어들어서 항상 자기 얘기만 하셨어요. 중간에 경고를 드렸는데도 개선되지 않아서 결국 강퇴를 해야 했습니다.
  • 메인 활동이 아니라 뒤풀이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 모임의 메인 활동에서는 별문제가 없었는데, 뒤풀이 같은 번개 활동에서 좋지 않은 술버릇으로 다른 회원분들과 불화를 일으킨 경우가 있었어요. 역시 몇 번의 경고 뒤에 강퇴를 해야 했죠.

두 경우 모두 마음이 편한 결정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그냥 두면 결국 조용히 나가는 쪽은 좋은 분들이더라구요. 문제가 되는 행동을 참고 있는 건 그 자리에 있는 나머지 전부니까요. 한 분을 내보내는 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남은 분들을 지키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판단이야말로 혼자 내리면 안 되는 종류예요. 내 기분이 상해서 내린 결정인지 모임을 위한 결정인지는 스스로 구분하기가 어렵거든요. 함께 운영하는 분이 있으면 여기서 한 번 걸러집니다.

경고가 강퇴보다 먼저입니다

두 경우 다 곧바로 내보낸 게 아니라 경고가 먼저였어요. 무엇이 문제인지 분명하게 전달받으면 실제로 고쳐지는 경우도 있고, 고쳐지지 않더라도 나중에 결정을 설명할 근거가 남거든요. 아무 말 없이 참다가 갑자기 강퇴하면 남은 분들에게는 그저 갑작스러운 일로만 보입니다.

결국은 사람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어보다 사람이 모이는 모임이라는 관점에서 제가 보고 겪은 것을 적어 봤어요.

모임을 직접 운영해 본 입장에서, 영어 회화 모임이라 해도 그 모임의 생명력을 만드는 건 결국 사람이라는 걸 계속 느끼게 되더라구요. 질문지도 진행 순서도 결국은 사람들이 잘 어울리기 위한 도구고요.

그런 면에서 모임장이라는 자리는 스스로 먼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과 반성을 많이 해야 하는 자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좋은 분들이 남는 모임을 만들고 싶다면, 그 시작은 제가 어떤 사람으로 그 자리에 앉아 있느냐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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